영구 포트폴리오 달러 자산 버전: 어떤 시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포트폴리오 전략

해리 브라운(Harry Browne)이 1981년에 제안한 영구 포트폴리오(Permanent Portfolio)는 투자 역사상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자산배분 전략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주식, 채권, 금, 현금에 각각 25%씩 배분하는 이 전략은 경제가 성장하든, 침체하든, 인플레이션이 오든, 디플레이션이 오든 어떤 국면에서도 자산을 지켜내겠다는 철학에 기반한다. 그런데 이 전략을 원화가 아닌 달러 자산으로 구성한다면 어떨까. 한국 투자자에게 한 차원 더 높은 분산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달러 버전 영구 포트폴리오’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고자 한다.

원화 단일 포트폴리오가 가진 구조적 한계

한국 투자자 대부분은 자산의 90% 이상을 원화 기반으로 보유하고 있다. 부동산, 예금, 국내 주식, 연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원화에 묶여 있는 셈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순탄하게 성장하는 시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거시경제적 충격이 발생할 때 치명적인 약점으로 드러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에서 1,570원대까지 약 70% 이상 급등한 바 있다. 같은 시기 한국 주식시장은 반토막이 났고, 부동산 시장도 침체에 빠졌다. 원화 자산만 보유한 투자자는 자산 가치 하락과 통화 가치 하락이라는 이중 타격을 받은 것이다. 반면 달러 자산을 일부라도 보유한 투자자는 환차익이 주식 손실을 상당 부분 상쇄해주는 효과를 경험했다.

한국 원화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이른바 ‘위험 통화(risk currency)’로 분류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자본이 빠져나가며 원화 가치가 하락하는 구조적 특성을 지닌다. 이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과 무관하게 발생하는 현상이기도 하다. 원화 단일 포트폴리오는 곧 한국이라는 단일 국가의 경제적 운명에 모든 것을 거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영구 포트폴리오의 핵심 철학은 ‘어떤 경제 상황에서도 자산을 보호한다’는 것인데, 원화로만 구성할 경우 통화 리스크라는 거대한 변수를 간과하게 된다. 진정한 의미의 영구 포트폴리오를 구현하려면 통화 분산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결론에 자연스럽게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달러 자산이 영구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이 되는 이유

달러는 전 세계 외환 거래의 약 88%, 글로벌 중앙은행 외환보유고의 약 59%를 차지하는 기축통화이다. 경제 위기 시 안전자산으로의 자금 이동, 이른바 ‘안전자산 선호(flight to quality)’ 현상이 발생할 때 달러 가치는 오히려 상승하는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이야말로 영구 포트폴리오 철학과 완벽하게 부합하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구 포트폴리오는 네 가지 경제 국면을 상정한다. 경제 성장기에는 주식이, 경기 침체기에는 채권이,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이, 디플레이션 시기에는 현금이 각각 포트폴리오를 방어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네 가지 자산을 모두 달러로 구성하면, 거기에 ‘원화 약세’라는 추가적인 방어막이 하나 더 생기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1972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기반 영구 포트폴리오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8.2%로, 같은 기간 미국 인플레이션율(약 4.0%)을 꾸준히 상회해왔다. 특히 최대 낙폭(MDD)이 약 -12.6%에 불과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동일 기간 S&P 500 지수의 최대 낙폭이 -5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영구 포트폴리오의 방어력이 얼마나 탁월한지 체감할 수 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 여기에 원·달러 환율 효과까지 더하면 장기적으로 연 1~2%포인트 정도의 추가 수익이 기대된다. 원화는 구매력 기준으로 장기적으로 달러 대비 약세 흐름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달러 자산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면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달러 버전 영구 포트폴리오, 구체적으로 이렇게 구성한다

달러 기반 영구 포트폴리오를 ETF로 구성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미국 증권 계좌 하나만 있으면 네 가지 ETF로 완성할 수 있다.

주식 25%: VTI (Vanguard Total Stock Market ETF) 미국 전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이다. 약 3,700개 이상의 종목에 분산 투자되며, 운용보수가 연 0.03%에 불과해 장기 보유에 최적화되어 있다. 경제 성장기에 포트폴리오의 성장 엔진 역할을 담당한다.

장기 채권 25%: TLT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 미국 20년 이상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ETF이다. 경기 침체나 디플레이션 국면에서 금리가 하락할 때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서 포트폴리오를 방어한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TLT는 약 3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식 손실을 상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금 25%: GLD (SPDR Gold Shares) 또는 IAU (iShares Gold Trust) 실물 금에 투자하는 ETF로, 인플레이션 헤지의 대표적 수단이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금 가격은 온스당 1,700달러에서 2,400달러 이상으로 상승하며 강력한 인플레이션 방어 성과를 보여주었다. IAU는 GLD보다 운용보수가 약간 낮아(0.25% vs 0.40%)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하다.

현금(단기 채권) 25%: SHV (iShares Short Treasury Bond ETF) 또는 BIL 1년 미만 초단기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ETF이다. 사실상 달러 현금과 유사한 역할을 하면서도 약간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현재 미국 금리 환경에서는 연 4~5% 수준의 수익률이 기대된다.

리밸런싱 전략도 중요하다. 연 1회, 각 자산의 비중이 25%에서 크게 벗어났을 때(예: 특정 자산이 35% 이상 또는 15% 이하로 이동했을 때)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이 단순한 리밸런싱이 ‘고점에서 팔고, 저점에서 사는’ 효과를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투자 금액 기준으로 예를 들면, 1억 원(약 7만 5천 달러)을 투자할 경우 각 ETF에 약 1만 8,750달러씩 배분하면 된다. 매년 한 번 비중을 확인하고 조정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할 일이 없다는 점이 이 전략의 매력이다.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거래 서비스를 통해 누구나 이 네 가지 ETF에 접근할 수 있으며, 최근에는 환전 우대율도 높아져 진입 장벽이 한층 낮아졌다. 해외 금융상품을 활용한 자산 배분 전략에 관심이 있다면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향후 전망과 실전에서 고려할 점

달러 버전 영구 포트폴리오는 ‘예측하지 않는 투자’를 지향한다. 경제가 어디로 움직일지 맞추려 하지 않고, 어떤 방향으로 가더라도 포트폴리오의 일부가 작동하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현재의 경제 상황이 어떠하든 이 전략의 유효성은 변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실전에서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 세금 이슈이다. 해외 ETF 투자에서 발생하는 매매차익은 연간 250만 원 초과분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배당 소득에 대해서도 미국에서 15% 원천징수 후 국내에서 추가 과세될 수 있다. 이를 고려해 연간 리밸런싱 시 매도 차익이 250만 원을 넘지 않도록 조절하거나, 부부 간 증여를 활용해 절세하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둘째, 환율 변동에 대한 심리적 대비가 필요하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원화 강세) 시기에는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영구 포트폴리오는 최소 10년 이상의 장기 투자를 전제로 설계된 전략이다. 단기 환율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장기적인 통화 분산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투자 규모에 따른 접근법을 달리 할 수 있다. 총 투자금이 3천만 원 미만인 경우, 네 가지 개별 ETF를 직접 매수하는 것보다 영구 포트폴리오 전략을 추종하는 올인원 ETF인 PRPFX(Permanent Portfolio Fund)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다만 운용보수가 0.69%로 다소 높은 편이므로, 투자금이 커질수록 직접 구성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유리하다.

넷째, 영구 포트폴리오의 변형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식 부분을 미국 주식뿐 아니라 선진국 전체(VEA)나 신흥국(VWO)까지 확대하거나, 금 비중 일부를 원자재(DJP)로 대체하는 등의 변형이 가능하다. 다만 원형의 단순함이 이 전략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

현재 미국의 고금리 환경은 단기 국채(현금 파트)에서 상당한 수익을 제공하고 있고, 금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식시장 역시 AI 혁명을 필두로 강한 상승 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장기 채권은 금리 상승기에 부진했지만, 이는 향후 금리 인하 시 반등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네 가지 자산이 각기 다른 타이밍에 빛을 발하는 것, 그것이 바로 영구 포트폴리오의 본질이다.

결국 달러 버전 영구 포트폴리오는 ‘가장 적게 고민하면서 가장 안정적으로 자산을 지키는 방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화려한 수익률을 쫓기보다 흔들리지 않는 자산을 만들고자 하는 투자자에게 이 전략은 매우 합리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오늘은 영구 포트폴리오를 달러 자산으로 구성하는 전략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 글을 읽은 분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인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모든 투자 판단과 그에 따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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