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달러패권: 흔들리는가, 강화되는가

트럼프 시대의 달러패권: 흔들리는가, 강화되는가

2025년,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관세 전쟁의 부활, 동맹국과의 거래적 외교, 그리고 연준에 대한 노골적 압박까지—트럼프 2기의 경제 정책은 1기 때보다 훨씬 과감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달러가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이 격변의 시대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해외자산을 보유한 한국인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축통화 달러, 왜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가

기축통화 달러, 왜 여전히 대체 불가능한 존재인가

달러패권을 논하기 전에, 먼저 달러가 왜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지 그 구조적 기반을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미국 경제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달러 패권은 군사력, 금융 인프라, 법치 시스템, 그리고 깊고 유동성 높은 자본시장이 결합된 복합적 산물이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로, 2000년대 초반 70%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위인 유로화의 비중이 약 20%, 위안화가 겨우 2.3%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의 독보적 위치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더 중요한 것은 결제 통화로서의 지배력이다. SWIFT 기준 국제 결제에서 달러 비중은 2024년 말 기준 약 47%를 기록하고 있다. 원유, 천연가스, 곡물 등 주요 원자재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로 이루어지며, 이른바 ‘페트로달러 시스템’은 1970년대 이후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왔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일부 거래에서 위안화를 수용하겠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이는 전체 원유 거래량에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국채시장의 규모 역시 달러 패권의 핵심 축이다. 약 34조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유동성이 높으며,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간주된다. 글로벌 중앙은행, 연기금, 보험사 등이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안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만큼의 깊이와 신뢰를 제공하는 통화가 현재로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트럼프 2기 정책이 달러에 미치는 양면적 영향

트럼프 2기 정책이 달러에 미치는 양면적 영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 정책은 달러에 대해 상반된 두 가지 힘을 동시에 작용시키고 있다. 하나는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단기적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달러 신뢰를 잠식하는 장기적 리스크이다.

단기적 달러 강세 요인부터 살펴보면,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정책이 가장 직접적이다. 2025년 들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최대 145%까지 인상되었고, 이는 글로벌 무역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달러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른바 ‘달러 스마일’ 이론이 작동하는 구간이다. 실제로 2025년 1분기 DXY(달러인덱스)는 한때 106을 돌파하며 강세를 보였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과 재정 확대는 미국 내 경제 활동을 자극하고, 이는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하는 와중에 미국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면, 금리 차이에 의한 달러 강세 압력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우려할 요소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고 있다. 제조업 부활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달러 가치가 낮아져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는 기축통화 발행국의 지도자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입장이다. 기축통화의 본질은 신뢰인데, 정치 지도자가 자국 통화의 가치 하락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보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달러의 기축통화 프리미엄을 갉아먹을 수 있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위협 역시 간과할 수 없다. 트럼프는 1기 때부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고, 2기에서는 그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한때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인 바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해당 국가 통화의 신뢰성을 뒷받침하는 핵심 기둥이다. 이 기둥이 흔들리면, 외국 투자자와 중앙은행들이 달러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

재정적자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연방정부 부채는 2025년 현재 GDP 대비 약 124%에 달하며, 트럼프의 감세 정책이 본격 시행되면 이 비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의회예산국(CBO)은 향후 10년간 추가적으로 수조 달러의 적자가 누적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기축통화 발행국이기에 이 정도 부채는 감당 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무한히 지속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달러 패권의 장기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탈달러화 움직임, 어디까지 현실인가

탈달러화 움직임, 어디까지 현실인가

트럼프 시대를 맞아 ‘탈달러화(De-dollarization)’ 논의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양자 무역에서 위안화와 루블화 결제 비중을 크게 늘렸다. 2023년 기준 중러 무역의 약 90%가 달러가 아닌 자국 통화로 결제되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인도 역시 러시아산 원유 수입 대금 일부를 루피화와 디르함으로 결제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BRICS 국가들은 공동 결제 시스템 구축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는 SWIFT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탈달러화가 단기간에 이루어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대안 통화의 부재이다. 위안화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지만, 중국의 자본통제 정책, 불투명한 법치 시스템, 그리고 자본시장의 제한적 개방성은 위안화가 진정한 기축통화로 도약하는 데 구조적 장벽으로 작용한다. 자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없는 통화를 기축통화로 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네트워크 효과의 힘이다. 달러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인프라 깊숙이 내장되어 있다. 국제 무역 계약, 파생상품 시장, 기업 간 결제 시스템 등에서 달러를 다른 통화로 전환하려면 천문학적인 전환 비용이 발생한다. 이는 마치 전 세계가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다—더 좋은 언어가 있을 수 있지만, 이미 모두가 사용하고 있기에 바꾸기가 극도로 어렵다.

셋째, 금의 역할 확대가 달러 대체가 아닌 보완제 역할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2024년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량은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으며, 2025년에도 이 추세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18개월 연속 금 보유량을 늘렸다. 이는 분명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전략적 움직임이지만, 금이 달러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유동성과 실용성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하다.

결론적으로, 탈달러화는 추세적으로는 진행 중이지만 혁명적 전환이 아닌 점진적 다변화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달러의 비중이 58%에서 50%로, 혹은 45%로 천천히 내려갈 수는 있어도, 어느 날 갑자기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는 시나리오는 현재로서는 비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인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과 실전 전략

한국인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과 실전 전략

트럼프 시대의 달러패권 흐름은 해외자산에 관심 있는 한국인 투자자에게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핵심은 달러가 여전히 강력하지만, 과거처럼 무조건적 신뢰의 대상은 아니라는 이중적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첫째, 달러 자산 보유의 필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한국 원화는 구조적으로 글로벌 위기 시 약세를 보이는 통화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900원대에서 1,500원대까지 급등했고, 2022년에도 1,440원을 돌파한 바 있다. 2025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370~1,4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트럼프발 무역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원화 약세 압력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달러 표시 자산을 일정 비율 보유하는 것은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한 자연스러운 헤지 수단이 된다.

둘째, 달러 자산 내에서도 다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국채만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달러 표시 회사채, 배당주 ETF, 혹은 홍콩을 통한 달러 저축성 보험 등 다양한 형태로 달러 자산을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홍콩 보험사가 제공하는 달러 저축형 상품은 장기 복리 효과와 함께 상속·증여 설계에서도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30~50대 자산가들 사이에서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면, 40세의 투자자가 홍콩 달러 저축보험에 10만 달러를 납입하고 25년간 유지할 경우, 연 복리 수익률 약 5~6% 기준으로 만기 시 약 34만~43만 달러 수준의 해약환급금을 기대할 수 있다. 물론 이는 보험사별, 상품별로 상이하며 보장된 수익률과 비보장 수익률의 구분을 명확히 이해해야 한다. 그러나 핵심은, 달러라는 기축통화의 장기적 구매력과 복리 효과가 결합될 때 상당한 자산 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셋째, 금과 같은 실물자산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2025년 금 가격은 온스당 3,3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달러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시장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체 자산의 5~15% 정도를 금이나 금 관련 ETF로 배분하는 것은 달러 패권의 점진적 약화에 대비하는 합리적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환율 타이밍에 집착하기보다는 분할 매수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일 때 사야 할지 1,400원일 때 사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사실상 환율 예측에 베팅하는 것과 같다. 이보다는 매월 일정 금액을 달러로 환전하여 해외 자산에 투입하는 정기적 분할 매수(Dollar Cost Averaging)가 장기적으로 환율 변동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줄여주는 방법이다.

트럼프 시대의 달러패권은 한마디로 “흔들리되 무너지지 않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탈달러화의 바람은 분명 불고 있지만, 그 바람이 달러라는 거대한 건축물을 허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다만, 영원한 것은 없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하면서 달러 자산과 비달러 자산을 균형 있게 배분하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은 트럼프 시대의 달러패권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이 글을 읽은 분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본 글은 특정 투자나 보험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아니며,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다. 모든 투자 및 금융 의사결정은 전문가와 상담 후 본인의 판단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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